일본 애니메이션 리뷰

신비의 나라 엘하자드 리뷰 (OVA판)

뚜따스 2020. 6. 2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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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신비의 나라 
엘하자드 세계관 영상입니다.

족보가 약간 꼬인 만화입니다.

 

허허..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1. 신비의 나라 엘하자드?? >

오늘 다룰 신비의 나라 엘하자드는
SBS에서 98-99년도에 방영한 만화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엘하자드는
TVA와 OVA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시작하기에 앞서 구분이 필요합니다.

SBS에서 98년도에 처음으로 방영한 것이 TVA 판 1기이고
이듬해 99년도에 방영한 것이 
패러렐 세계관인 OVA판 1,2기 입니다.


엘하자드의 세계관 계보는 
TVA판 1기만 독자적인 패러렐 세계관이며

여기서 주의할 점은 OVA판 1기가 오리지널 세계관으로
OVA판 1기는 물론 TVA 판 2기 또한 
OVA판 1기의 후속편이라는 것입니다.

약간 멍멍이 족보 세계관이 되겠습니다.

작품평가도 OVA판 1기는 명작으로 인정받지만 
나머지 3개의 작품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오리지널 겸 명작 반열에 오른
OVA판 1기 위주로 영상을 진행해 볼까 합니다.

 


<2. 엘하자드 세계관 (OVA) >

신비의 나라 엘하자드의 시작은 
어느 한 고등학교 지하에서 고대 유적이 발견되고 
그 유적 안에서 미모의 한 여인이 나오며 시작됩니다.

그리고 고등학생 주인공에게 뜨거운 포옹을 선사하며
훗날을 기약하고 다른 미지의 세계로 보내버리죠.

이러한 도입부는 일본의 하위문화에서 
즉, 일명 오덕문화에서 일종의 로망으로까지
취급하는 고정된 설정이라고 하는데요.

<고대 유적, 의문의 여인, 주인공으로 낙점, 다른 세계로 이동. >

 

이 패턴은 일본의 하위문화에서 굉장히 선호하기 때문에 
일본 애니에서 자주 써먹는 설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다른 세계로 넘어가서 고등학생이 활약을 펼치는 스토리를
‘이고깽’ 장르라고도 하는데

‘이고깽’이란 한마디로
‘다른(異 :다를 이)세계에서 고등학생이 깽판 치는 스토리’라는 뜻입니다.

엘하자드는 이 일본 하위문화의 로망과 
‘이고깽’장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시청자 층의 타게팅을 제대로 계획하고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엘하자드의 세계는 아랍풍의 

판타지 세계관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역시 과거 찬란했던 고대 문명이 존재했었다는 
초고대 문명설을 기본 모티브로 한 세계입니다.

엘하자드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시점의 과학기술은
약간 다운그레이드된 스팀펑크식의 세계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작중에서 간혹 나오는 

과거 고대 엘하자드 시절의 과학기술은
사이버펑크에 좀 더 가깝습니다.

또한 엘하자드의 정치체계는 ‘로스타리아왕국’을 중심으로 
각 왕국들이 연맹을 맺고 있습니다.


의사결정방식도 각 나라의 대표자들이 모여
결정을 하는 구조인데요.

주인공들이 막 도착한 엘하자드의 상황은
이 연맹왕국에 도전하는 바그롬 제국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도를 보면 ‘세타이’ 라는 강을 기준으로 
동쪽 지역은 연맹 왕국들이 형성되어있고
서쪽 지역에는 바그롬 제국이 있습니다.

이 바그롬들은 벌레 종족으로
스타크래프트의 저그처럼 군체의식으로
여왕을 ‘디바’ 따라서 군단무리로 움직입니다.

전투력으로 따진다면 바그롬들이 연맹 왕국에 비해 
훨씬 뛰어났지만 벌레라서인지 
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설정입니다.

바그롬들은 전략 같은 건 없고 
일단 돌격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과거 연맹왕국들과의 수차례 충돌이 있었지만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바그롬제국과 연맹 왕국의 대치 속에
룬 비너스 왕녀는 이 연맹 왕국의 대표로서
 희생과 타협의 방식으로 통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엘하자드 TVA판과 OVA판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룬 비너스’와 ‘이프리타’ 캐릭터의 역할 비중에 있습니다.

엘하자드 OVA판에서는 룬 비너스가 그저 조연급인 반면, 

이프리타가 주인공으로 비중 높게 등장합니다.

그런데 TVA판에서는 룬 비너스가 주인공으로,
이프리타는 그저 조연으로 나옵니다.

이러한 전혀 다른 설정은
패러렐 세계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요.

그럼 오늘 지긋지긋하게 들어봤던
패러렐 세계관이 도대체 뭔지 확실히 알아보겠습니다.


<3. 페러렐 세계관 ( 원치 않으신 분들은 바로 4번으로)>

페러렐 세계관이란 현재 존재하는 세계 외에
또 다른 가능성에서 비롯된 세계도 존재한다는 개념입니다.

좁은 의미로 ‘다세계해석’을 뜻하며
이 ‘다세계해석’은 무려 양자역학에서 

우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과학이 나와 당황하셨죠?

저도 문과 출신이라 확실한 건 모르겠지만
이해한 선에서만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양자역학은 그 관찰대상이 엄청 작기 때문에
관찰자의 관찰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관찰대상의 변수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양자역학의 한계 속에서
‘코펜하겐해석’이나 ‘슈뢰딩거의 고양이’같은 이론이 나왔는데요.

패러렐 세계관의 기원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이라는 개념에서 
도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란
살아있는 고양이를 상자 안에 넣어두고 
이 고양이가 죽거나, 살아남을 확률을 50:50로 조성해놓으면 

관찰자에 의해 실험결과가 달라진다는
전제를 가진 양자역학에서
이 고양이가 들어있는 상자 안의 현재 상황 자체는,

‘고양이가 살아있는 상황.’과 ‘고양이가 죽어있는 상황.’
이 두 가지 세계가 공존하고 있는 상태가 됩니다.

즉, 관찰자가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이 상자 안 세계은 고양이가 살았거나 죽었거나 하는
두 가지 세계가 공존한다는 상태인 것인데요.

이 상태는 부조리한 개념이지만 
흥미진진한 개념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상태를 모티브로 하여 독자적으로 발전한 개념이 
평행우주, 패러렐 세계관이 되었습니다.

사실 위의 양자역학의 내용은 
굳이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애니나 영화에서 사용하는 패러렐 세계관은
과학에서 말하는 평행우주와는 별 상관은 없고
그저 기본 모티브만 따와서 독자적으로 발전했을 뿐이죠.

애니메이션에서의 패러렐 세계관은
작가의 창작성을 진취시켜준다는
긍정적인 장치로써 큰 의의를 갖습니다.

작가들이 작품의 한정된 설정으로,
전혀 다른 스토리를 쓰고 싶을 때 
이 패러렐 세계관을 주로 사용합니다.

이는 우리들 시청자 입장에서도
다채로운 작품을 볼 수 있으므로 
이득이 되는 문학적 장치인 거죠.

이 엘하자드와 비슷한 것으로 하나 꼽자면
에스카플로네 TV판과 극장판의 경우도
이런 패러렐 세계관으로 유명합니다.

기본적으로 같은 설정을 사용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 두 개를 모두 감상할 수 있죠. 

하지만 패러렐 세계관은 
작가의 만행을 손쉽게 합리화시켜주는 단점도 있습니다. 

엉터리 세계관 및 설정들을 정립해놓고
‘이건 사실 패러렐 세계관이었다.^^’라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이런 문학적 장치로써의 패러렐 세계관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 내에서 여러 세계가 공존한다는 
패러렐 세계관을 사용하는 작품도 많이 있습니다.


<4. 엘하자드의 캐릭터들>

오늘은 캐릭터들 설명에 곁들여
스토리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엄친아 남주인공 마코토는 고대 유적에서 만난
여주인공 이프 리타에 의해 엘하자드의 세계로 넘어옵니다.

이때 마코토의 라이벌이자 악역 및 코미디 담당인
진나이 카즈히코와 그의 여동생 진나이 나나미, 

그리고 당직을 서던 후지사와 선생까지
엘하자드의 세계로 같이 넘어오게 됩니다.

마코토 일행은 시공을 넘어 엘하자드로 넘어올 때
특수한 능력들이 하나씩 생겼는데요.

아르바이트의 신 나나미는 
환영족의 본래 모습을 볼 수 있는 능력이,

그리고 후지사와 선생은 말도 안 되는
물리 전투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담배와 술을 끊으면 더 강력해진다는 설정이라서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강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악역 진나이 카즈히코는 
벌레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즉, 벌레 종족인 바그롬들과 소통을 할 수 있어, 
비상한 잔머리로 자연스럽게 바그럼 제국의 장군이 되죠.

이전까지는 바그롬들이 머리가 나빠서 
연맹 왕국들에게 공격하여도 이길 수 없었지만

카즈히코의 활약으로 바그롬 제국은 
점차 엘하자드에서 세력을 넓히기 시작합니다.

이런 위기 속에 주인공 마코토는 룬 비너스 왕녀의 동생,
실종된 파토라 왕녀와 똑 닮은 외모때문에
여장을 하고 파토라 왕녀 대역으로 연맹 왕국에서 활약합니다.


초반 스토리는 공주 대역으로 
3명의 대신관들을 찾는 이야기로 진행되며
중반부터는 이프리타를 찾는 스토리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3명의 대신관들은
엘하자드를 지키는 수호신 같은 존재로
불, 바람, 물의 속성의 힘을 사용합니다.

3명의 대신관들이 보여주는 변신이나 전투 장면은

속성이 같아서인지 몰라도
꼭 마법 기사 레이어스의 주인공들과 비슷 연출을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3명의 대신관들은
OVA판에서 그다지 큰 비중은 없습니다.

중반부 여주인공 이프리타의 등장부터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지는데요.

이프리타는 과거 고대 엘하자드 문명이 만든 인간형 병기로
상대방의 공격 패턴과 속성을 그대로 베끼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기본 공격력도 엄청 강해서
도시 하나 정도는 한 큐에 증발시켜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에게 태엽을 감아준 사람에게 복종해야 하는
각인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태엽을 감겨준 카즈히코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대 병기 이프리타 마저 뺏긴 상황에서
연맹왕국들은 항복 직전까지 갑니다.

그런데 이때까지 알 수 없었던 
주인공 마코토의 능력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뒤늦게 발견한 마코토의 능력은 바로 
고대 엘하자드의 기계들과 접촉하면
고대 기계들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프리타도 고대에 만든 기계였기 때문에 
마코토는 유일하게 그녀와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마코토는 그녀의 고독과 아픔을 이해하고, 
태엽 주인에 대한 복종 시스템을 파괴해주어
이프리타를 하나의 인격체로 거듭나게 해줍니다.

하지만, 이런 첫 번째 위기의 극복도
잠시 더 큰 위기가 찾아옵니다.


<6. 엘하자드에 드러나는 일본인 정서.>

엘하자드에는 인간형 병기 이프리타 외에도 
고대 엘하자드의 유산이 곳곳에 남겨져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하늘에 떠있는 
‘신의 눈’이라는 고대 무기가 있습니다.


파괴력은 자체는 이프리타를 능가하고, 
심지어 시공간을 변형하는 힘도 가지고 있습니다.

‘신의 눈’은 현재 연맹 왕국들의 최후의 필살기로 
대신관 3명의 힘과 왕녀 두 명의 뇌파로
가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3 세력인 환영족이 ‘신의 눈’을 직접 가동하려
파토라 왕녀를 납치하여 실험을 하고 있었던 거죠.

여기서 뜬금없지만, 

룬 비너스와 환영족이라는 캐릭터들을 통해
작품 속에 녹아있는 일본인의 문화와 정서를 엿볼 수 있습니다.

룬 비너스는 작품 초반부터 연맹 왕국의 대표라는 
이유로 억압과 희생을 강요당하는데요.

룬 비너스가 일관되게 어두운 표정으로 
‘어쩔 수 없다.’ 라는 식의 처신 보여줍니다.

이는 개인보다는 조직과 대세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의 조직문화와 정서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눈길이 갔던 점은
제3세력으로 등장하는 환영족의 존재입니다.
과거 고대 엘하자드가 ‘신의 눈’을 사용할 당시에
외부세계에서 엘하자드 세계로 빨려 들어온 종족입니다.

사실 엘하자드 세계관에서 
진정한 마족관을 가지고 있었던 종족은
바그롬제국이 아니라 이 환영족이었습니다.

‘신의 눈’의 폭주를 유발해서
엘하자드의 모든 것들과 소멸하고자 했죠.

환영족은 자신들이 외부에서 온 이방인이란 이유로
혐오나 적대 대상도 아닌 그냥 없는 존재들처럼
철저하게 무시를 당하며 살아왔다고 말합니다.

환영족은 대세 문화가 팽배한 일본문화에서
주류에서 벗어난 이단아 및 이방인을 상징한다는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이란 나라가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방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지만
사실 다른 것에 대해서 상당히 배타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기준은 자신들이 모여 있는 단체이며,
자신들의 단체에서 벗어난 외부인들에는 
그다지 관대하지 않습니다.

단지 끼리끼리 모이는 단체들이 다양할 뿐이지,
각 단체의 강력한 테두리 밖의 사람들에게는 냉담한 편입니다.

엘하자드에서 드러나는 룬 비너스의 희생 및
환영족에 대한 배척은
이런 일본 조직문화가 그대로 반영된 장면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재밌는 점이
엘하자드에 넘어온 주인공 일행 역시 
외부인들이라는 점입니다.

주인공 일행도 조직의 필요에 의해 
이용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 마코토가 초반에 여장을 한 이유도
연맹이라는 조직을 위해 감옥에 갇혀가며 
강제적으로 여장을 하고 공주 대역을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이 
마코토와 환영족의 대치 장면에서 나오는데요

마코토는 환영족에게 “나는 이 세계가 좋다”는 멘트를 날려
같은 외부인인 환영족에게 충격까지 안겨줍니다.

이 마코토의 멘트 역시 ‘그냥 닥치고 대세에 따르라’고하는
일본인의 정서가 녹아있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엘하자드 OVA판 1기의 엔딩은 정말 역대급으로
소름 돋을 정도의 매우 강렬한 결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엘하자드 엔딩을
퇴색시키기 싫은 개인적인 제 욕심으로
일부러 결말 부분은 다루지 않겠습니다.

안 보신 분들이 계시면 
꼭 직접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OVA 1기는 40분 정도 분량의 7화로 구성되어있으니까요
시청하시는데 부담도 덜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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